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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차(홍차)의 제조 방법

재배·가공발효차가공법
Black tea oxidation process showing withered leaves turning dark during oxidation

저희가 평소 마시는 녹차, 홍차, 우롱차는 맛도 향도 색도 모두 다르지만, 사실 같은 찻잎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 차들이 서로 다른 맛과 향을 지닌 이유는 제조 방법의 차이에 있어요.

이번에는 홍차가 왜 발효차라고 불리는지, 그리고 홍차의 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제조 공정과 함께 설명해 드리겠어요.

발효차(홍차)의 제조 공정 특징

발효차란, 효소에 의한 발효를 완전히 진행시켜 만드는 차를 말해요.

센차나 후카무시 센차 같은 불발효차와는 반대로, 찻잎이 가진 산화 효소의 작용을 이용하여 산화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에요.

원래는 19세기 무렵 중국에서 발전한 ‘공부 제법(수제 제법)’이었으나, 현재는 기계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주요 제법으로는 ‘오소독스 제법’과 ‘언오소독스 제법’ 두 가지가 있으며, 이 둘을 조합한 제법도 개발되어 있어요.

전통적인 ‘오소독스 제법’은 다음과 같은 공정으로 이루어져요.

발효와 산화의 차이

차의 세계에서 말하는 발효란, 된장이나 요거트처럼 미생물(균)에 의해 일어나는 발효와는 다르며, 찻잎이 가진 산화 효소에 의해 일어나는 산화를 가리켜요.

산화란 산소와 효소가 결합하여 원래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반응을 말해요.

후발효차처럼 미생물의 힘으로 발효시키는 차도 일부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 업계에서는 이 산화 발효를 ‘발효’라고 부르고 있어요.

수확된 생엽이 출하되기까지

수확 시기가 되면 찻잎을 따고, 딴 생엽은 유념과 건조 공정을 거쳐 ‘아라차(거친 차)’로 가공돼요. 이후 ‘마무리’를 거쳐 제품으로 출하돼요.

아라차가 만들어지기까지

생엽은 딴 후 ‘위조 → 유념 → 해괴·체질 → 발효 → 건조’의 공정을 거쳐 ‘아라차’로 가공돼요.

1. 위조

홍차 제조 공정 — 위조조에서 생엽을 시들게 하는 작업

생엽에 포함된 수분을 균일하게 제거하기 위해 시들게 하는 작업을 위조라고 해요.

예전에는 그늘에서 말리는 방식이 많았지만, 현재는 위조조를 사용하여 대량의 온풍으로 시들게 하는 ‘인공 위조’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2. 유념

홍차 제조 공정 — 찻잎의 세포를 파괴하는 유념 작업

찻잎의 세포를 파괴하고, 잎 속의 산화 효소 작용을 촉진하면서 형태를 정돈해요.

산화 효소가 공기 중의 산소에 닿으면 활성화되어 카테킨, 펙틴, 엽록소가 산화 발효해요. 이 산화 효소야말로 홍차의 향, 맛, 풍미, 탕색을 만드는 핵심 요소이며, 홍차와 녹차의 차이로 이어져요. 홍차의 독특한 향기 화합물에 대해서는 별도 글도 읽어보세요.

이 공정에서는 대략 45~90분간 발효시키지만, 산화 발효가 한꺼번에 지나치게 진행되지 않도록 해괴기에 넣어 냉각한 후 다시 주무르는 작업을 반복해요.

3. 해괴·체질

홍차 제조 공정 — 해괴기로 찻잎 덩어리를 풀어 산화를 촉진하는 작업

유념으로 찻잎이 덩어리가 되므로, 이를 풀어 고르게 공기에 닿게 하여 산화 발효를 더욱 촉진해요. 이 공정에서는 20~30분 간격으로 해괴기에 넣어요.

기계의 메시로 찻잎을 체질하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체하’라 하여 다음 공정으로 보내요. 체에 남은 큰 잎은 ‘체상’이라 하여 다시 유념 공정으로 돌려보내요.

4. 발효

홍차 발효실에서 적동색으로 변하는 찻잎

실온 25~26도, 습도 90%의 발효실에서 두께 4~5cm로 고르게 펼쳐 2~3시간 방치해요. 이 과정에서 녹색이던 찻잎이 선명한 적동색으로 변하고, 홍차 특유의 향도 퍼지기 시작해요.

다만 발효가 지나치면 홍차 본연의 향이 손상되고 탕색도 검어지기 때문에, 발효를 멈추는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5. 건조

발효가 끝난 시점의 찻잎은 아직 수분이 많아, 그대로 두면 발효가 계속되기 때문에 건조기에 넣어 약 100도의 고온 열풍으로 건조해요. 건조를 통해 산화 효소를 비활성화시키고 수분을 5% 이하로 줄여요.

마무리

건조까지 마치면 ‘아라차’는 완성되지만, 아라차 상태로는 아직 제품으로 출하할 수 없어요. 따라서 ‘마무리’로서 ‘선별·정형 → 블렌딩’을 거쳐야 비로소 제품으로 출하할 수 있어요.

6. 선별(등급 분류)

아라차를 여러 차례 체에 걸러 크기와 잎의 형태별로 선별해요. 이 선별을 통해 찻잎은 등급별로 나뉘며, 이 등급을 ‘리프 그레이드’라고 해요.

7. 블렌딩

마지막으로 찻잎을 블렌딩(배합)해요. 약 20종류 이상의 찻잎을 사용하지만, 다양한 종류를 섞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산지의 것을 합쳐 품질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에요. 블렌딩이 홍차의 가치를 좌우하므로,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블렌딩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핵심이에요.

산화가 만들어내는 풍미의 화학

홍차 특유의 붉은빛, 산뜻한 떫은맛, 목에 남는 묵직함은 모두 찻잎 안에서 진행되는 산화의 결과예요. 생엽에 풍부한 성분이 효소와 산소를 만나 새로운 물질로 바뀌면서, 탕색도 향도 바디감도 녹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요.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역할

홍차의 산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찻잎이 본래 지니고 있는 산화효소 '폴리페놀 산화효소(Polyphenol Oxidase)'가 있어요. 갓 딴 잎에서는 효소와 성분이 세포 안에서 분리되어 있지만, 유념으로 세포벽이 파괴되면 둘이 섞이고 거기에 공기 중 산소까지 더해지면서 반응이 진행돼요. 그래서 같은 차나무라도 잎을 손상시키는 강도나 온습도 관리에 따라 향미의 윤곽이 달라지는 거예요.

이 효소 반응은 오래 둔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반응이 빠르게 시작되면 풋내가 빠지고 향이 열리기 쉬우며, 너무 진행되면 밝음이 사라져 무겁게 느껴지기 쉬워요. 현장에서 색과 향을 보며 멈추는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은, 숫자나 시간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변화가 있기 때문이에요.

카테킨은 무엇으로 변할까요

생엽에 풍부한 카테킨은 산화 과정에서 그냥 줄어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성분으로 만들어져요. 대표적인 것이 '테아플라빈(Theaflavins)'과 '테아루비긴(Thearubigins)'이에요. 홍차다움의 핵심은 바로 이 전환에서 탄생한다고 할 수 있어요.

동시에 엽록소의 푸른빛이 물러나면서 찻잎의 외관이 초록에서 적동색으로 바뀌어요. 즉, 산화는 맛뿐 아니라 색의 설계이기도 해요. 홍차 성분의 전체 흐름은 홍차 성분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테아플라빈'이 만드는 밝음

'테아플라빈'은 산화 비교적 초기 단계에 생기기 쉬운 성분으로, 홍차 잔에 투명한 호박색을 더해요. 혀 양쪽을 조이는 듯한 떫은맛, 마신 뒤의 깔끔함, 뒷맛의 밝음과도 관계되어 있어 고품질 홍차의 윤곽을 만드는 존재예요.

찻잔을 빛에 비춰봤을 때 단순히 진한 게 아니라 붉은빛이 도는 투명함이 있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돼요. 다르질링처럼 가볍고 향이 선명한 홍차에서는 테아플라빈의 작용이 특히 잘 느껴져요.

'테아루비긴'이 지탱하는 묵직함

산화가 더 진행되면 분자량이 큰 '테아루비긴'이 늘어나요. 이 성분은 홍차의 깊은 적갈색 탕색, 입안에서 천천히 퍼지는 농후함, 우유를 더해도 지지 않는 바디감과 관련이 있어요. 아삼 홍차에서 느끼는 묵직한 무게감은 이 성분의 기여가 크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테아루비긴이 많을수록 좋은 건 아니에요. 묵직함이 늘어나는 한편 밝음까지 잃으면 윤곽이 흐릿해져요. 떫음을 지탱하는 테아플라빈과 깊이를 지탱하는 테아루비긴의 균형이 맞을 때 향, 색, 바디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홍차 성분의 전체 흐름은 별도 글을 참고해 주세요.

정통법과 CTC 제법

홍차의 개성은 산화의 유무뿐 아니라 찻잎을 어떻게 손상시키고 어떻게 형태를 만드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져요. 잎의 모습을 살리며 완성하는 '정통법(Orthodox)'은 향의 층위를 이끌어내고, 기계적으로 곱게 가공하는 'CTC 제법'은 진하고 안정적인 추출이 장점이에요.

정통법

전통적인 '정통법'은 찻잎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면서 위조, 유념, 산화발효, 건조, 등급 분류의 순서로 진행돼요. 소규모 생산에서는 손으로 비비는 경우도 있고, 기계를 사용할 때도 잎의 부드러움과 수분량을 보면서 압력을 조절해요. 그 덕분에 꽃향, 과일향, 꿀 같은 단맛 등 층이 있는 풍미가 나오기 쉬운 게 특징이에요.

잎이 비교적 크게 남아 있어 뜨거운 물을 부었을 때 펼쳐지는 여유가 있어요. 첫 번째 우림은 올라오는 향, 두 번째는 단맛, 식으면 떫음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등 시간과 함께 변화가 풍부해요. 순수하게 향의 차이를 즐기고 싶을 때 어울리는 제법이에요.

CTC 제법

'CTC'는 Cut(자르다), Tear(찢다), Curl(말다)의 약자로 찻잎을 자르고 찢고 마는 공정을 연속으로 행하는 기계 제법이에요. 잎을 곱고 균일하게 가공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색과 맛이 잘 나오고 매번 일정한 농도로 추출할 수 있어요. 밀크티나 티백용 홍차에 많으며 아삼, 케냐의 대규모 생산에서 널리 사용돼요.

CTC 제법의 홍차는 물을 붓자마자 강한 붉은빛 탕색이 올라오기 쉽고 떫음과 바디감이 뚜렷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요. 섬세한 잎의 모습이나 여운의 세밀한 변화보다 진함, 강함, 재현성을 우선한 설계예요. 아침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는 맛을 원하거나 우유에 지지 않는 홍차를 원할 때 잘 맞는 방법이에요.

항목 정통법 CTC 제법
주요 흐름 위조 → 유념 → 산화발효 → 건조 → 등급 분류 위조 후 기계로 Cut / Tear / Curl → 산화발효 → 건조
찻잎 형태 온전한 잎이나 큰 파편이 남기 쉬움 곱고 균일한 과립 형태
맛의 경향 향에 깊이가 있고 복잡하며 섬세함 진하고 강하며 추출이 안정적
어울리는 음용 방식 스트레이트, 향의 비교 품음 티백, 밀크티, 아이스티

차 종류별 산화 수준 비교

차의 분류를 크게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찻잎을 어디까지 산화시키느냐예요. 산화를 빨리 멈추면 청명하고 싱싱한 맛이 남고, 중간에 멈추면 꽃향이나 볶음향이 어우러지며, 끝까지 진행하면 홍차 특유의 붉음과 묵직함이 살아나요. 제법의 차이는 그대로 잔 안의 개성이 돼요.

차 종류 산화 수준 탕색 경향 풍미 인상
녹차 0% 연한 초록색~노란색 풋내, 감칠맛, 맑은 떫은맛
백차 극소량 연한 금색 부드럽고 꽃과 꿀 같은 달콤함
황차 소량 밝은 황금색 날카로움이 적고 곡물 같은 원만함
우롱차 15~85% 금색~호박색 꽃향부터 볶음향까지 폭이 넓음
홍차 거의 100% 짙은 호박색~적갈색 농후함, 떫음, 과일향, 맥아향

이 수치들은 풍미 방향을 잡기 위한 참고 기준이지 절대적인 경계가 아니에요. 강발효 우롱차가 가벼운 홍차에 가까운 호박색과 숙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백차도 위조가 깊으면 생각보다 달콤한 여운이 오래 남기도 해요. 산화 수준은 연속적인 띠 같은 것이에요.

이 연속성을 알고 나면, 같은 차나무 잎에서 왜 이렇게 다른 차가 생겨나는지가 보이기 시작해요. 불발효차의 흐름은 불발효차(녹차) 제조 공정, 반발효차의 개성은 우롱차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제조 과정을 알고 마시면, 한 모금 한 모금이 조금 더 깊게 느껴질 거예요.

자주 묻는 질문

홍차에서 말하는 발효는 미생물 발효와 어떻게 달라요?

홍차의 발효는 찻잎 안의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산소와 만나는 산화 반응이에요. 된장이나 요거트처럼 균이 주도하는 발효와는 다르고, 후발효차와도 구분돼요.

위조는 왜 가장 먼저 해요?

위조는 생엽의 수분을 고르게 빼서 잎을 부드럽게 만드는 단계예요. 예전에는 그늘 건조가 많았고, 지금은 위조조에 온풍을 보내 대량의 잎을 안정적으로 시들게 해요.

유념과 해괴는 홍차 맛에 어떤 영향을 줘요?

유념은 세포벽을 깨서 효소와 향 성분이 공기에 닿게 해요. 해괴기는 덩어리를 풀고 20~30분마다 공기 접촉을 고르게 해 산화 편차를 줄여줘요.

발효실에서는 어떤 조건으로 향이 생겨요?

찻잎을 4~5cm 두께로 펼친 뒤 25~26도, 습도 90%의 발효실에서 2~3시간 둬요. 이때 초록빛이 적동색으로 바뀌고 과일, 맥아 같은 향이 올라와요.

제조 조건이 조금 달라져도 품질이 달라져요?

달라져요. 유념이 고르지 않으면 산화도 고르지 않고, 너무 일찍 멈추면 풋내와 얇은 맛이 남아요. 늦게 멈추면 탕색이 어두워지고 향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마시는 선호는 개인차가 있어요.